빗썸의 BAX토큰, 자세히 알면 너무나 불투명하다
BK성형외과의 김병건 회장,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를 주었다.바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지주회사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주식 50%+1주를 총 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깜짝 발표한 것이다.
인수계약 발표 다음 달인 2018년 11월, 김 회장이 맡고 있는 블록체인 회사 BXA (Blockchain Exchange Alliance)가 ICO를 시작했다. BXA 측은 2019년 1월 초 프라이빗 세일을 마무리하자마자 1월 중 BXA토큰을 해외거래소에 최초로 상장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국내거래소 상장은 당연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인수가 마무리되기도 전 ICO에 나선 김 회장의 행보에 업계에서는 BXA토큰 발행을 통해 모은 돈으로 빗썸 인수대금을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빗썸 인수대금 4000억원은 BK컨소시엄을 통해 이미 다 마련됐고, BXA토큰 발행으로 모은 돈은 BXA 개발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빗썸 인수대금 4000억원 중 이미 납부한 계약금 1000억원을 제외한 잔금 3000억원을 2월 중 모두 납부할 계획이라던 김 회장은 “해외송금 문제”를 이유로 납입일을 3월 말로 연기했다. BXA토큰은 아직까지 빗썸에 상장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2일 ‘올코인(Allcoin)’, ‘비트맥스(BitMax.io)’ 등 6개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
그리고 2월8일 홍콩법인 빗썸글로벌이 ‘오르투스’라는 장외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빗썸이 장외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빗썸 홍보팀은 “빗썸과 무관한 일”, ‘사용료를 내고 브랜드를 가져다 쓰는 관계사가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1월22일에는 BXA가 미국의 블록체인 기업 ‘블록체인 인더스트리즈’라는 인수한다라는 발표가 나왔다. 수년간 여러 차례 인수합병과 법인명 개정을 거쳐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려운 기업이다.
이 뿐만 아니다.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기업 최대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티씨홀딩컴퍼니는 지난 12월 암호화폐 사업과는 거리가 먼 신발 제조업체 아티스(ARTIS)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3.85%를 확보했고, BXA는 포스링크라는 코스닥 상장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오는 4월 신주권을 교부받을 예정이다. 포스링크는 최근 전 대표 횡령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회사다.
불과 석 달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빗썸은, 그리고 김병건 회장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어느 것 하나 투명하고 분명한 것이 없는 가운데 BXA토큰의 거래소 상장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진행 상황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통시장인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프라이빗 라운드 직후 로드맵을 밟아나갈 시간 없이 토큰이 바로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래소 상장 이후 소수의 토큰 보유자가 개인 투자자에게 물량을 팔아치우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현재 BXA토큰을 보유한 소수 보유자들의 매도금지(락업) 기간이 충분히 길고, 이것이 공개돼 있다면 이들이 상장 후 무분별하게 덤핑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BXA 측은 전략적 파트너사(전체 물량의 20% 보유), 초기 투자자(15% 보유), 거래소 연합(15% 보유), BXA팀(15% 보유)의 락업 기간에 대해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BXA 이사회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BXA 측에 따르면 프라이빗 라운드 판매 물량은 3월 1일부터 5%씩 풀리게 된다.
BXA토큰이 해외 거래소에서 상장을 개시한 만큼 빗썸에도 곧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상장 예고 공지사항을 띄우며 상장기념 사전 이벤트를 열어 이벤트 기간 누적 거래금액 금액이 큰 상위 50명에게 BXA토큰 에어드랍을 진행한 바 있다.
빗썸의 BXA토큰 상장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장중혁 공동창업자는 “거래소 대주주에 대해 ‘ICO 완전 금지’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월 국회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정책토론회에서 황현철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KFTA) 회장이 ‘거래소 스스로 만든 상품(자체 코인)에 대한 자체 상장은 거래소의 중립적인 기능과 이해관계가 상충할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라며 “이 맥락에서 (빗썸의 BXA토큰 상장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BXA토큰이 빗썸 자체 토큰은 아니지만, 빗썸 최대주주가 발행한 토큰이라는 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상수 대표 역시 시각을 같이했다. 그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할 법도 규제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찌보면 (빗썸의 BXA토큰 상장은) 너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 다른 거래소들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거래소 A 관계자는 “현재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지분) 매각이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BXA 토큰이 상장되고 거래된다면 그 수익으로 나머지 지분 잔금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업 계획에 대한 말을 아낀다. BXA토큰-빗썸 같은 사례는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거래소 B의 대표 역시 “법적 리스크가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우리 거래소는 이해상충이 될 수 있는 행위를 지양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거래소 C의 관계자는 “(빗썸이 BXA토큰을 상장하는 것은) 창조경제다. 웃긴다”라는 짧은 코멘트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아직 투자를 하지않았거나 상장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주의를 당부하는 바이다.
참 조 : 코인데스크 코리아 한수연 기자